말이 너무 많은 우리 아이 어떡할까요?
- 조규황
- 2020년 3월 30일
- 3분 분량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에요.
어려서부터 워낙 말을 잘해서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지요.
어찌나 어른들이 쓰는 용어를 싸가며 논리있게 말을 잘하는지
말로는 아이를 이길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우리 아이의 적응은 걱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한 학기를 잘 마치고 2학기가 시작되면서
선생님께서 조심스럽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이가 너무 말이 많아서 수업에 방해가 될 때가 있다구요.
가끔은 저도 아이가 말이 너무 많아 '제발 그만 얘기했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교실상황에서도 그럼 특성을 보이는지 몰랐거든요.
선생님께 그 이야기를 듣고나서 아이가 너무 말이 많을 때는 그만얘기하라고 해보기도 했지만 자기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너무 서운해 합니다. 말이 너무 많은 우리 아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언어발달은 아동의 발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영역입니다. 그러함을 알기에 아이가 자라면서 언어발달이 늦으면 부모님들은 혹 인지발달 지체가능성은 아닌지 고민을 하시게 되죠. 그에 반면, 아이가 말이 빠르면 부모님은 아이가 발달이 빠르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고 또 주변에서 말이 빠른 아이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아이가 자랑스러워지기도 합니다. 인간에게 언어란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에 언어발달은 매우 중요하죠.

하지만 뭐든 지나치는 것도 문제가 되지요. 아이가 자라면서 말로 지지않으려 하거나 말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말이 많은 걸까요?
보통 이러한 주호소로 찾아오시는 경우, 놀이평가, 심리평가를 통해 아동의 발달을 평가하게 됩니다.
보통은 지능검사 결과에서언어성과 동작성 검사간의 편차가매우 큰 경우들이 많죠. 즉, 아동이 실제 실행의 어려움을 언어능력으로 커버하려는 특성이 발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죠.
" 언어성과 동작성의 차이 "
이 아동들 중에는 소근육이 잘 발달되지 않아 가위질이나 연필을 잡고 쓰는 작업을 매우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고, 협응능력 잘 발달되지 않아 실제 동작으로 해야 하는 운동성, 예를들면 자전거 타기,뛰기 등에서 또래보다 어려움을 보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하기 어려운 동작성과 관련한 작업을 회피하는 대신에 언어적 능력으로 그 특성을 커버하려는 행동기제가 발달하게 되면서 무엇이든 말로 해결하려 하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말이 너무 많은 것이ADHD의 특성 중 하나로볼 수 있습니다. 충동성으로 인해 자기통제감이 잘 발달되지 않게되면 그때 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여과하지 않고 바로 언어로 표현하게 되면서 말이 많은 특성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앞뒤 정황이 잘 맞지 않게 예를 들면, 이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저 이야기를 하는 등 이해되지 않는 언어패턴을 보이거나 중간 이야기가 빠지고 처음과 끝얘기만 하여 듣는이로 하여금 이해하기 어렵게 하기도 하죠.
ADHD의 특성
다음으로는욕구불만의 표현일수 있습니다. 한 아동은 어머니가 우울하고 무기력해서 아동의 필요를 민감하게 이해하고 반응해주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아동은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엄마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도구로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엄마가 조금은 반응적이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아동은 욕구불만을 언어로 표현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패턴을 발달시켰던 것이지요.
욕구불만의 표현
혹은주도성의 표현이기도합니다. 아동들 중에는 모임 안에서 주도성을 잡고자 할 때 자신이 계속 이야기함으로써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주도로 넘어가는 것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죠.
주도성의 표현
간혹은불안의 표현으로나타나기도 합니다. 한 아동은 내재한 불안이 너무 큰데 자신이 말을 하지 않음으로 발생하는 조용해 지는 상황이 무서워 쉴새없이 말함으로 침묵의 상황을 회피하려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특성은 일상에서 우리도 경험을 하는데, 예를 들면 상대방과의 대화에서도 나타납니다. 친하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는 상황에 처음엔 몇 마디 인사를 건네지만 금새 바닥나버린 이야기거리로 침묵이 만들어지죠. 침묵이 불편해지고 불안해지면서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바로 말입니다. 쉴새없이 질문을 만들어내면서 그 침묵을 피하려 하죠.이런 상황은 누구나 경험하였으리라 생각해요.
불안의 표현
이렇듯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아동이 말이 많은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기 때문에 아동의 심리 기저에 어떠한 역동이 있는지 탐색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가정에서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먼저, 이것이 아동의 적응에 어려움을 주더라도 그것이 또한 아동의 강점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말을 잘해야 하는 직업들이 있죠. 그 일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체로 어려서부터 말을 잘하셨다는 보고를 흔히 듣습니다. 말이 많은 것은 단지 조절의 문제이지 유무의 문제가 아님을 꼭 기억하셔서 아동이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셔야 합니다.
먼저 아이의 강점임을 잊지 말자
두번째로는너무 못하게 하기보다는 아동이 잘 듣는 것도 발달하도록 도와주시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이야기할 때 말을 하고 싶어도 끝까지 듣도록 지도해 주시고, 아이가 부모님 말을 잘 이해했는지 질문해 주시는 것입니다. 만약 잘 듣고 잘 표현했다면 들어준 부분에 대해 격려해 주신다면 아동이 좀 더 듣는 훈련을 하게 되겠지요.
잘 듣는 훈련을 도와주어야
마지막으로는 듣는것과 관련한 놀이들을 진행하시는 것도 좋답니다. 예를 들면, '시장에 가면'이라는 놀이를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시장에 가면'은 번갈아 가면서 시장에 가면 사올 품목을 하나씩 덧붙이는 것이죠.
아이: 시장에 가면 배추도 있고
엄마: 시장에 가면 배추도 있고 사과도 있고
아이: 시장에 가면 배추도 있고 사과도 있고 오렌지도 있고

놀이는 최상의 개입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것인데요. 상대방이 하는 말을 잘 듣고 그것을 작업기억( working memory)안에 저장하고 인출해야 하기 때문에 주의 깊게 듣는 훈련, 작업기억능력을 향상시키는 훈련, 산만함에 대한 개입에도 굉장히 좋은 놀이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만약 아이의 말이 많은 행동이 오래되었던 특성이 있고, 현재 적응에 어려움이 보고된다면 그때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고 적절한 개입에 대한 양육상담을 받으실 것을 권유드리고 싶습니다.
Comments